
2025년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 측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소속 시민 1,297명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기본계획의 적법성, 안전성, 환경성 등을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었습니다.
아래에 배경, 판결의 핵심 내용, 지역 및 정부의 반응, 그리고 향후 가능한 전개 방향을 상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배경
- 사업 개요 및 추진 경위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은 새만금 지역에 국제 여객공항 및 화물운송 기능을 갖춘 공항 건설을 목표로 하였으며,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을 국가균형발전사업에 포함시키며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치를 취하였고, 2022년 6월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였습니다. - 환경적 쟁점 및 안전 우려
공항 예정 부지는 조류가 많이 출몰하는 갯벌·염습지 등의 생태계와 인접해 있으며,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속한 조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조류 충돌 위험성 및 연간 예상 충돌 횟수 등에 대한 평가가 있었는데,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연간 최대 45.9회의 조류 충돌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예타를 면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 Benefit/Cost)가 0.479 수준으로 낮게 나왔습니다. 이는 투자 대비 사회・경제적 수익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균형발전 명분만으로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 공익과 사익, 생태적 권리 간의 충돌
지역 발전 및 인프라 확충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동시에, 환경권·생명권·생태계 보호 등의 권리가 있으며, 이들 간의 균형(이익형량, balancing)이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시민단체나 지역 주민들은, 새만금 개발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자연환경 훼손, 조류의 피해, 지역 생물다양성 저하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결 요지

법원은 제출된 증거 및 평가자료들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 위법성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 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거나 기준에 부합하게 평가되지 않았고, 환경보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행정계획 수립의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생태적 보전 가치를 지닌 갯벌・염습지 및 조류 보호종에 대한 영향평가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 경제성 부족
B/C가 1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는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는 재정 투입 대비 사회적 편익이 낮다는 것으로, 법원은 이러한 낮은 경제성이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행정법의 원칙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공익 간 형량의 문제
정부 측이 주장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분명히 존재함은 인정하였으나, 그 공익이 환경 피해・생태계 파괴・안전 리스크 및 기타 사회적 비용들을 상회할 정도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공익과 사익 또는 혹은 환경권 간의 형량(balance)이 불충분하였기 때문에 기본계획이 위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 예타 면제의 한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것 자체는 법적으로 허용되나, 그 면제가 사업의 타당성이나 안전성, 환경성 등의 절차적 검토를 축소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면죄부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면제된다고 해서 검증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사업 추진 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은 여전히 엄격히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지역·정부 반응
- 지역의 입장
새만금공항 건설을 기대해온 전라북도 및 해당 지역의 지자체, 주민, 상공계 등은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항이 완공되면 지역 산업, 물류, 관광 활성화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었고, 교통 인프라 확충과 함께 인구 감소, 지역소멸 대비책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로 사업 추진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큽니다. - 정부의 대응
국토교통부는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 등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기본계획 취소 판결이 국내 다른 공공사업, 특히 SOC 사업 추진 시 기준·절차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 숙고하는 중입니다.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단순히 새만금 지역만의 사안이 아니며, 앞으로 유사한 사업들(공항 건설, 대규모 인프라 사업 중심의 균형발전 프로젝트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 예상 가능한 전개 방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항소 및 대법원 판단
정부는 항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항소심 및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기본계획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집중적으로 다투어질 것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 환경영향평가의 구체성 및 대안 검토 여부, 예타 면제의 법적 해석 등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 계획 보완 및 절차 재수립 가능성
기본계획이 취소된 만큼,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면 환경 영향, 조류 충돌, 대체 입지 가능성, 경제성 자료 등을 보완한 새 계획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조류 충돌 예측 모델을 개선하고,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거나 복원 가능한 방안을 구체화하는 절차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 사업 일정 지연 및 예산 재검토
착공 예정 시점이 이미 가까웠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판결로 인해 전체 일정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크며, 사업비 조정이나 예산 확보 방안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 유사 사업에 대한 법적 및 정책적 파장
이번 판결은 “균형발전 명목으로 예타 면제” 또는 “속도 중심 사업 추진”의 관행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건 사례로 해석됩니다. 앞으로 공항 사업뿐 아니라 다수의 민간·공공 인프라 사업에서도 환경권이나 안전권 등을 중시하는 법원 판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항 조류 충돌 문제나 갯벌・습지 보전 등이 쟁점인 사업들에서는 더 엄격한 평가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정책 방향 전환의 계기
이번 판결은 중앙정부 및 해당 지자체에게, 개발 우선 정책만으로 사회적·환경적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앞으로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투명한 환경영향평가, 주민 참여, 대안 비교 등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환경 보호 및 안전 확보가 개발 정책의 ‘조건’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전망입니다. - 지역사회 및 환경단체 영향력 강화 가능성
시민사회, 환경단체, 지역 주민의 의견 및 행동이 실제 법적·행정적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로 확인되었으며, 앞으로 이들의 참여 및 감시 역할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명분 아래 추진되던 사업도 절차적 합법성, 환경 보호, 생태계 보전, 경제성 등의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앞으로 사업이 재추진될 경우, 단순한 개발 계획보다는 환경·안전성 확보,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사업의 공익 대비 비용 및 위해(害害)의 비교 등 여러 요소들이 보다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예타 면제나 정책적 특례를 부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사업 관계자 및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번 판결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새만금 국제공항이 추후 다시 추진된다면, 더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계획이 설계되길 기대합니다.